평등결혼실천상 평등한 결혼을 준비하며

평등한 결혼을 준비하며


고 상 희

그와 나는 햇수로 4년 사귀고 결혼을 결정하였다. 서로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혼하려 하니 조심스러운 게 너무 많았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의견이 어떠신지 제일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결혼 관행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결혼 준비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둘의 기대 수준에 맞는 상품, 서비스를 찾아서 비교하여 가장 좋은 가격으로 결정한다.
이 때 어른들의 마음에 거슬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부모님들에게 부담 드리지 않고 의지하지 않는다.
2. 소요 비용을 계산한다.
3. 50% 씩 부담한다.

우리가 준비한 것은 다음과 같다.
예식장, 드레스, 사진촬영, 메이크업과 헤어, 한복, 신혼여행, 예물, 가재도구 약간, 시댁 예단 등이다. 결혼식 관련 상품이 총 예산의 38%, 신혼여행이 25%, 예물예단이 25%, 가재도구 12%로 책정했다. (커플마다 취향이 다르고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예산이 표준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비용을 50% 씩 나누어 내기로 했고 1인당 부담액은 7백여 만원이다.

신혼집 전세금은 소모되는 비용이 아니므로 형편 되는 사람이 좀더 내고 이에 대한 이자비용을 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그가 직장 생활을 통해 모아놓은 돈이 하나도 없고 나도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부모님께 부담 드리지 않기 위해 부족한 자금은 차입을 통해 조달하였다. 회사, 친구들로부터 받을 부조금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부부의 권리와 의무에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부부재산 약정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결혼 전의 자산부채 명세서를 작성하여 별첨할 것이며 이를 등기할 예정이다.

언젠가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 부부재산 약정서에 대해 알고 알고 있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결혼을 생각하고 나의 앞날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 제도를 생각하게 되었다.

국내 이혼율이 20%를 넘는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실제 주변에서 이혼하는 사례를 접하다 보니 나의 결혼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TV 드라마에서 조강지처를 버리고 떠나는 못된 남편들이 너무 자주 등장하자 이러한 일이 현실에서도,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넘 불안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무엇이 있을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부부재산 약정서의 취지, 내용, 법적 보장 내용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나에게 맞는 약정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보편적인 법리에 어긋나는 사항이나 부족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서울여성의전화에 이메일로 문의를 드렸고 친절한 상담을 받을 수가 있었다.

우리의 부부재산 약정서의 핵심은 배신하는 사람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으며 생활비와 양육비를 받아낸다는 것이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재산에 대한 지분율을 아내가 60%, 남편이 40%를 가지는 것으로 명시하고, 부동산은 공동명의로 등기하거나 자산 비율에 맞게 나누어 등기한다고 기술했다. 부부가 상호 협의하지 않은 차입이나 담보제공, 보증제공은 원천적으로 막기로 했다. 자산 부채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생활비에 각자 수입의 50% 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 여성들, 아내들이 부당하게 대우받고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고 의무만 강요당하는 상황이 나에게도 적용되는 현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와 나 각자의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기대를 받으면서 자라왔다. 둘다 사회 성원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동등하게 살아온 우리는 앞으로도 둘이 협력하여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