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부부상 두근두근, 톡톡, 방긋~~

두근두근, 톡톡, 방긋~~


신 영 호

저흰 학교 선후배로 만났습니다.
물론, 제가 군 제대하구 복학하기 전에 잠깐 학교에 올라갔다가 한눈에 반해서 치밀한 작전과 계략(?)으로 맘을 여는 데 성공했죠.
그리고, 남들과 똑같으면서도 우리 둘만의 바퀴벌레식(?!) 사랑을 키워 갔구요, 둘이 한번의 잠시 헤어짐을 경험하구 드뎌 비온 뒤에 땅 굳어진다는 말처럼 다른 사람 눈치 안보구 한집, 한 이불에서 살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결혼이라는 게 정말 둘만의 문제가 아니더군요.
저희 둘은 별로 형식적인 걸 중요시 하는 게 아니라서 간소하면서도 우리 둘만을 위한 결혼을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만은 않더군요.
일단, 상견례를 무사히 마치고 장모님께서 좋은 날을 받아오시고 조금씩 결혼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결혼식장 잡는 문제부터 걸리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정신없이 하는 예식장 결혼은 별로 였던 터라 다른 방법의 결혼식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양가 부모님은 남들 하는 거 처럼 하지 왜 그러냐시냐면서 서로의 집 근처에 예식장을 잡기를 바라셨습니다. 첫 번째 고비 아닌 고비가 찾아온 거지요.
물론, 대부분 남자쪽에서 예식장을 잡아서 하니까 저희 부모님은 완강히 고향에 내려와서 하시길 바라셨습니다. 저희 형들 모두 그렇게 또 했구요.

일단, 제가 저희 집의 양보를 일단 이끌어 냈습니다.
제가 집의 막내란 점, 그리고 제 신부가 장녀란 점을 강조하면서 첫째를 시집 보내는 사돈댁의 맘을 헤아려 줘야 하지 않겠느냐..? 신랑, 신부 직장이 다 서울인데 서울에서 하는게 낫지 않느냐..? 손해 보는 거 같지만 우린 이쁜 딸 하나 더 얻는 거지 않느냐.?
다행히 [팔불출]이란 놈 소리 하시면서 서울에서 예식 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더 절 기쁘게 했던 것은 저희 둘이 알아서 사돈댁과 상의해서 예식방법도 정하라고 하셨습니다. 팔불출 짓 하는 거 얼마나 더 하는 지 두고 본다 하시면서.
다행히 장인, 장모님도 한번에 허락은 안해 주셨지만 제가 "제가 지금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정말 남들 못지 않게 이쁘고 우아한 결혼을 해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해주지 못하고, 결혼식 그날만은 왕비처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라면서 [궁중혼례]를 하겠다고 하니까 허락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궁중혼례]로 전 왕으로 제 신부는 왕비로 그날 만큼은 사람들의 우러름을 받으며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결혼식날 오시면 꼭 저희 둘을 위해서 만세 부르셔야 합니다.
이제 한고비 넘기고 집 장만 하면서 조금씩 준비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젠 예물, 예단이란 애물단지가 튀어 나오더군요.
다행히, 저희 집에서는 예단 잘해온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예단 없다고 못사는 것도 아니고 니 둘만 잘 살면 되니까 신경쓰지 말자고 하셨습니다.
한숨 놓으려는(예단문제로 결국 헤어지는 커플들이 너무 많아서) 순간 처가에서의 반발(?)이 심하더군요.
정말 해오지 말랬다고 안해 가서 나중에 딴 소리 들으면 어떡하냐..?
형수들이 해 온 게 있을 텐데 비교 되지 않겠느냐..?
정말 어렵더군요.
제가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쉽게 안되더군요.
하긴 대부분의 결혼에서 그리고 여지껏 당신들이 보아 온 것을 어떻게 단번에 아니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까..?
결국, 예단 문제 만큼은 처가에서 하자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물은 다행히 둘이서 반지나 하나 맞추고 나머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신혼 때의 갑작스런 돈 쓰임에 대비하기로 하고 이제 야외촬영 날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단, 예단 문제만 빼곤 술술 풀리는 셈이지요..
평등부부로 살기에 앞서 평등하게 결혼 준비하는 거 둘만의 힘으로는 어렵더군요..
하지만, 둘이 노력해서 서로의 이해와 양보를 얻어내는 것 그것이 앞으로 평등부부로 살아가기 위한 초석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렇게 저희가 선례를 남겨 놔야 제 자식들, 가까이는 처제, 처남들의 본보기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제 결혼까지 두 달 남짓 남았습니다..
또 어떤 복병이 튀어 나올지 걱정되지만 전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서 잘 해결해 나갈까 합니다.
손안에 있는 사탕을 놓아야만 항아리 속의 사탕을 더 많이 쥘 수 있다.
내 욕심을 많이 덜어내면 덜어낼수록 제 사랑이, 행복이 더 많이 들어올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