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부부상 믿음과 배려로 준비하는 결혼


믿음과 배려로 준비하는 결혼


박 선 아

저희는 이제 결혼 1년하고도 10개월을 맞이하고 있는 새내기 부부입니다.

벌써 시간이 그리 흐르다니 순간 놀라면서도, 아직도 채 적응치 못한 서로의 낯선 점에 당황스러워 하는걸 보면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싶은 생각에 오히려 '안도감'같은 게 든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편안하고 든든한 반려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간이 아직은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남들 부부보다 더 많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남편이 저보다 두 살 어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두살의 터울을 인식하지 못할정도로 남편은 늘 저보다 의젓하고 든든한 가장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늘 친구 같은 우리부부이지만 한켵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것은 혹시나 나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그냥 하는 말 한마디에도 서로가 상처 받지 않을까 염려되는 이유입니다.

전 7형제중의 막내였고 어렸을 적부터 나름대로 부모님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온 터라 제 결혼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 또한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 부담감이 어쩌면 결혼에는 무관심한 제 젊은 날을 만들었을테고, 결국은 아주 늦은 나이인 33에 운명적으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부모님은 끝까지 제 선택을 믿어주셨답니다. 사실 저의 결혼을 지켜보면서 부모님은 마음이 많이 섭하시고 서운하셨더랬습니다.
우선은 기존의 6형제를 출가시키던 ‘결혼관’이 제게는 적용되지 않았거든요.

저와 제 남편은 불필요한 허례형식은 다 절제하고, 정말로 중요한 것을 지키며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결혼준비를 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적으로 부모님의 힘을 빌어서가 아닌 우리 두 사람의 힘으로, 능력껏 그 안에서 결혼을 치루자는 게 우리의 뜻이었습니다.

서랍장 안에서만 잠자고 있을 불필요한 예물들, 그리고 입지도 못할 파티풍의 예복들, 신혼살림도 어차피 두 사람 다 혼자 부모님 떠나 자취생활을 해 오던 터이니 각자의 것을 모은 다음 필요한 것만 준비하고, 양가에 어쩌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예단은 아예 없애고 자식으로서 이만큼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한복 한 벌씩 정성껏 해 드리자 했고, 숫가락 젓가락, 접시하나 그 모든 걸 다 우리 힘으로 준비한다 하니, 부모님들 보시기엔 젊은 사람들의 합리성이 예의범절에 어긋난다 보실 수도 있으셨겠지요~
더욱이 딸도 시집보내 보셨고,며느리도 맞아보셨던 양가 부모님들에겐 우리들의 제안이 대단히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 들이셨을 겁니다. 저희 부모님의 경우만 하여도 언니들 시집 보내시면서 한 짐 가득 예단이야 모야 준비하셨고, 며느리 받아보시면서 밍크코트 받아 보신적도 있으신 분인터라, 그러한 예단문화가 예의에 맞는 게 아니겠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셨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지켜본 저는 두 사람이 새 출발하는 데 정말로 중요한 것인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고, 정작 제 결혼식에서만큼은 그런‘형식적’인 면은 절제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처음 남편에게 제의했을 때, 남편 또한 흔쾌히 동의를 하였고 각자 서로의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자 했지요. 처음 저희 부모님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혀를 차셨지만, 저희 둘은 정말로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것과 그냥 남 보기 좋을 형식적인 것 중 자식에게 더 우선시되는 게 무엇이겠냐며, 저흴 믿고 앞으로 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는 말씀을 간곡히 드린 결과 마침내 아쉬운 듯 동의를 하시더군요~
어쩌면 아직까지 조금이라도 마음속에 아쉬움이 남아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단 한번도 시댁 어른이나 저희 부모님 저희들에게 싫은 내색을 보이시지 않았습니다. 그런 만큼 늘 부모님께 신뢰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우리들의 작은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다 추억으로 떠 올려지지만, 신혼집에 퇴근 후 들어가 도배 대신 페인팅을 한다고 밤을 꼬박 샜던 일, 인터넷 뒤져가며 여기 저기 알아보고 신혼살림 구하러 다니던 일, 좁은 집에 들어갈 가구를 직접 디자인한답시고 골머리 앓던 일, 서로 직장에서 퇴근해서 결혼준비에 관해 의논할 시간과 장소가 없어 24시간 하는 불가마 찜찔방에 가서 남들 다 자는데 랜턴 켜 가며 둘이 머리 맞대고 의논하던 일, 결혼식 직전 모든 게 다 완성된 우리들의 신혼집을 보는 순간, 정말이지 우리 둘은 너무나 뿌듯했던 그 감격이 아직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긴 하지만, 요즘 유행한다는 각자 수입은 각자가 관리한다는 식은 아닙니다. 남편의 급여도 일단 제게 입금이 되어 일괄적으로 제가 관리하는 것이지만, 매달 가계부나 적금의 관리는 공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저희 부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적금정리를 하고, 수입지출에 관한 가계부를 같이 쓰고 있답니다~
가계부를 같이 운용하는 것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부부의 신뢰부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금 운용을 같이 관리하면서 부부, 가족의 미래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고, 가계부 공동 관리도 부부의 자산에 관한 공동의식을 느끼면서 가족의 책임과 신뢰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부부는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하나가 되어 한곳을 바라보는 것이라 했던가요~
그러나 그렇게 한곳을 바라보는 부부가 되기 전, 각자 평행선에서 다른 곳을 보는 상대방을 편안한 마음과 믿음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배려'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력 가운데 어느덧 한곳을 바라보게 보는 평형선의 우리 부부를 기대해봅니다.